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2014년작 위아영 While We're Young을 보았다. 아담 드라이버를 좋아해서 봤는데, 사실 영화에 너무 이것저것 담겨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젊음'에 대해서 말하는 영화 중에서 상당히 신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조쉬와 그의 아내인 코넬리아는 40대 중반의 부부이다. 부부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아기를 갖고 아기 위주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쉬와 코넬리아는 어쩐지 허전함을 느낀다. 그러던 와중에 조쉬를 존경한다며 강의를 청강하러 온 다큐멘터리 감독 지망생인 제이미와 다비 부부를 만나게 된다. 제이미와 다비는 자유롭게 젊음을 즐기며 살아가는 20대 중반의 부부이다. 조쉬와 코넬리아는 그들의 활기 넘치는 젊음에 매료되어 함께 어울린다.
젊은이들이 쓰는 모자를 쓰고, 힙합 댄스를 배우고, 자전거를 타면서 조쉬와 코넬리아는 그들 삶에 다시 활기를 찾은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러던 중 조쉬는 자신과 코넬리아가 도와준 제이미의 다큐멘터리의 거짓된 모습을 보게 되고, 제이미가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인 코넬리아의 아버지 레슬리를 만나기 위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조쉬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대의 제이미를 순수한 예술가지망생으로 본 조쉬는 제이미에게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인 장인과 제작자인 아내, 그리고 편집기사인 친구와 심지어 그가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사람까지 소개해주면서 물심양면으로 제이미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돕는다.
조쉬는 '젊음'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젊은 사람은 순수하고 나이 든 사람은 계획적이고 교활한가? 젊음이라는 말은 마치 생명과도 같게 들린다. 그 반대는 어떤가. '늙음'이라는 단어는 흔히 '한창때를 지난', '쇠퇴한' 등의 힘 빠지는 말과 같이 쓰인다. 이는 우리의 젊음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과 늙음에 대한 불편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이미 젊어봤는데 왜 젊은 시절의 현실적인 모습을 망각하고 좋은 모습만을 동경할까. 과거가 미화되는 것처럼 젊음이라는 것도 미화되는 걸까.
이 영화를 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코넬리아의 아버지 (조쉬의 장인)인 레슬리이다. 레슬리는 회고전을 열 정도로 예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영화 등장인물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인데, 이 늙은 인물은 영화 속에서 가장 '젊은' 인물이기도 하다. 변변한 작품 하나 없는 감독 지망생인 제이미의 시사회를 보러 가고,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항상 열린 시선으로 피사체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젊은 사람들이 하는 자전거나 힙합춤을 애써 배우는 조쉬와 코넬리아의 모습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사람을 젊게 만들어주는 건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해 열려있는 마음, 배우려는 마음일 것이다.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지엔즈 (2) | 2021.03.07 |
---|---|
[영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후기 1탄 (0) | 2020.08.12 |
[책] 책 대 담배 Books v. Cigarettes / George Orwell (0) | 2020.08.05 |
[전시] 퀘이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0) | 2020.06.24 |